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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JU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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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도하는 일에 나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왜 사고가 났던, 어떻게 다쳤던, 얼마나 다쳤던 다 중요하지 않고 그냥 일어나주기만 하면 되는데.  잘 될거다.  잘 될거니까 마음으로라도 믿고 힘을 모아주면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없었던 일처럼 지나갈거다.  자 잘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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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항상 비가 좋아서 마냥 좋아라 했었다.  오늘 그냥 엄마와 평소와 다름 없이 차를 타고 창 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비가 오길래 엄마가 와이퍼를 시켰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와이퍼가 그걸 훔쳐내는 장면을 무심코 쳐다보다가 비가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으로 하고 있었다.  순간 화들짝 놀랐다.  중학교 2학년 때 걸스카우트 캠프를 갔는데 폭풍이 몰려와서 전체 캠프장의 텐트 절반 정도가 날아가고 야영 본부의 철근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우리는 급히 짐을 챙겨서 두 시간만에 인근 폐교로 피신을 갔을 때도 바람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맹세코 단 1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며칠 전 엄마와 저녁에 산책을 나가서 집에서 걸어서 삼십분은 족히 걸리는 곳에서 소나기를 만나 비를 피하고 무작정 기다리면서도 빨리 택시가 잡혔으면 했지 비가 그치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근데 오늘은 창 밖 사람들이 비를 피하는 걸 보면서 우산이 없으면 고생을 많이 하겠구나.  금방 그칠 비도 아니고 장마기간인데, 눅눅하면 뭐든지 하기 힘들고 귀찮을거고 그냥 비 맞으면 감기 걸리기도 쉬울텐데.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비가 오면 무작정 좋았었는데 이제는 나도 철이 들고 있나보다.

오늘 서울에서 순천으로 내려오는 버스를 타면서 네시간 반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창 밖을 물그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고유가 시대라서 가로등도 하나 건너서만 킬 것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고속버스 앞에 틀어져 있는 TV에는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에 대한 말이 바삐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냥 멍하니 창 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핸드폰 플립을 습관처럼 계속 만지막 만지작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하고 있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너무 플립을 습관처럼 열고 닫아서 고삼 가을에 플립 연결 고리가 끊어지기까지 해놓고서.  액정이 깨졌는데 그냥 정이 든 핸드폰이라서 바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게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가 보다.  엄마가 이제 12년은 족히 몬 아빠 소나타에 정이 들어 차를 아끼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하시는 것처럼 습관처럼 특정 행동이던 물건이던 사람이던 장소던 시간이던 뭐든지 익숙해지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플립을 열고 닫는 습관처럼 시계를 봤는데 한 시 반 쯤 됐었을 거다.  시계를 봐도봐도 바뀌는 건 없고 시간이 뒤로 돌아가지도 앞으로 더 빠르게 가지도 없고, 초심은 어느 때처럼 똑같이 흘러가는데 그냥 습관이라서 못 고치나보다.
 

by 심바 | 2008/06/20 00:2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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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JUN 2008


1901

나는 애플파이를 잘 굽는다.

정정하겠다

나는 애플파이는 좀 많이 잘 굽는다.

뭐 베이킹이래봐야 레서피 나온 거에 맞게 양을 재서 섞으랄 때 섞고 구우라는 온도에서 구우라는 시간 만큼 뚝딱뚝딱 만들면 되는 거지만 그래도 애플파이는 내가 먹어도 좀 많이 맛있는 거 같다. 원래 은박지 작은 사이즈 하나에 맞춰서 구워서 누군가랑 나눠먹을 일이 생기겠지... 나눠먹을 사람이 없으면 집에 가지고가야지... 했는데 따끈따끈 구워져 나온 것의 유혹을 못 참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가 저 애플파이를 들고 네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정신 온전하게 집에 갈리 없다는 이유로 반이나 먹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따끈한 파이는 바닐라아이스크림이랑 같이 먹는게 최고다. 집 앞 편의점에서 급하게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찾으니 듣도보지 못한 상표랑 위즐의 바닐라피칸이 있었다. 아무래도 듣도보지 못한 상표를 사는 것 보다는 위즐을 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좀 찜찜했지만 사 오면서 생각해봤더니 나 이 맛 상당히 싫어하는데. 먹어본 지 적어도 몇 년을 됐으니까 내 입맛이던 아이스크림이던 하나쯤은 변했겠지 하는 생각에 뜯어서 한 입 먹어봤는데 입에 자그마한 피간 덩어리들이 찌꺼기처럼 굴러다니는 게 정말 별로였다. 그래도 어떡해. 사와서 뜯어서 맛까지 봤는데. 울며 아이스크림 먹기로 애플파이랑 먹었는데 오히려 피칸이 고소하게 느껴져서 맛있다. 아아 맛있다 아아 맛있다 하면서 반이나 먹어버렸다. 뭐, 파이 크기가 작아서 제과점에서 파는 천원짜리 팥빵 페이스츄리 슈크림 빵 등등의 크기 밖에 안 먹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항상 애플파이를 구워 놓으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 심지어는 엄마도 내가 구운 건 한 번도 못 드셔봤다. 이번에 집에 올 때 해달라고 하셔서 하나 구울 만큼의 밀가루랑 계피 가루만 챙겨가서 해드려야지. 누군가랑 같이 먹어본 건 제일 처음 구웠을 때 밖에 없는 거 같다. 응, 처음 구웠을 때 냄새가 너무 좋아서 옆에서 자던, 한 2주 전까지만 해도 같이 살다가 미국에 있는 예로 시작해서 일로 끝나는 대학에 여름학기하러 돌아간, 정모양(이라고 쓰고 언니라고 읽는다)이 깼었다. 그분(이라고 쓰고 언니라고 읽는다)랑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소리나 흔드는 거 뿐만 아니라 냄새로 깨우는 건 정말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내서 같이 나눠먹었다.

베이킹하는데 걸린 시간을 계산을 잘 못하는 건지 오늘도 점심약속에 가지고 가서 한 조각 선물하려다가 시간이 여차여차되서 40분 구워야 할 걸 15분 굽고 오븐을 꺼놨었다. 위에 계란물을 발라줘야지 노릇노릇 예쁘게 구이는 건데 안 발랐더니 포토제닉하지 못해서 사진을 안 찍어 놨지만 아무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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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 그런 사이가 정해져 있나 보다. 같이 있으면 내가 나인게 부끄럽지 않고 내가 하는 생각, 하고 싶은 말, 행동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이. 친구이던지 연인이던지 가족 사이던지, 겉으로 붙이는 이름과 관계 없이 어떤 사람은 같이 있으면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행동을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면서 조심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고, 전혀 그런 걱정 없이 내가 나인데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이상하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그런 사이.

애플파이를 먹으면서 생각해봤는데 그런 사람들은 내가 하는 행동, 하는 말과 서 있는 위치, 내가 입는 옷이나 하고 있는 머리, 내 주변 사람들과 내 조건이 어떻게 변하던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는 믿음이 가서 인가 보다. 망가지면 망가지는 채로 그냥 꺄르르 웃어 넘기고, 서로 너 상태가 좋지 못한데? 하면서 놀리는게 오히려 즐거운 사이.

그래서 그런 사이에는 친구다 뭐다 이름을 붙이는 게 더 어색한 거 같다. 솔직히 요즘은 나이가 들 수록 그런 사이를 만들 지 못할까봐 겁도 난다. 조건 따지고 뭐 따지는 사람들을 싫어하면서 나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러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 이유 없이 그냥 소중한 사이, 그냥 더 많이 이해하는 사이로만 지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냥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나를 조금만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고

by 심바 | 2008/06/14 19:19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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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JUN 2008


0159

또 잠이 안 오는 관계로 어제에 대한 새벽 포스팅입니다 ♬

일단 쪄죽는 날씨에 불판 앞에서 후배들을 삼겹살처럼 익히고 싶지 않으셨던 센스있으신 선배님들 덕분에 프린스턴 바베큐는 그랜드인터콘티넨탈 뷔페로 변경 되어서 다녀왔다. 본 요리의 약 1.5배 가량의 디저트를 열심히 먹어주고 이제 드디어 민사고 선배들도 다 뵙고(...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한 분 못 뵜구나.) 코엑스 파스쿠치에서 무한수다도 열심히 떨다가 쿵푸팬더까지 보고 난 뒤에 강남역으로 장소 이동해서 콩가루팸을 만났다. 콩가루팸-화영이+혜원언니랑 같이 정말 정식이자 마지막으로 군대가시는 선배 두분 송별회를 하고(벌써 별히별 모임에서 송별회라는 이름으로 두 분을 세 번 봤거든요) 보드게임 까페에 남아있는 일부 프린스턴 선배들을 보고 집에 들어오고 싶었으나 통금이 간당간당해서 그냥 들어온 게 끝.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생각보다 짧다.  별 일 다 있었는데.

원래 내일 심현석선배랑 급 민사고가자!!!!!!!!!하다가 다른 민사-프린스턴 선배들이 한 명도 동조해주시지 않아(....) 기름 값도 안 나오겠다는 이유 아래서 30분 만에 급해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고유가시대잖아요 후후.

음 일단 내일은 여전히 걸어서 15분 거리에서 사는 구재님과 마지막(방금 송별회가 마지막이라 하지 않았나)으로 브런치를 먹고 순천에 내려갈 생각이다. 다음 주 일요일 날 정우오빠님 입대일(....)에 구재님이 광주 계시고 제가 순천 있어서 '우리 배웅나가자!'하셔서 아 그 때 또 진짜 마지막으로 보게될 거 같다. 아 정말 이 두 분은 마지막 마지막 그러면서 영원히 볼 거 같아.  남들 아 군대간다, 이 선배도 군대가고 예전에 알았던 저 선배도 군대 간다더라.  오랜만에 선배랑 연락이 됐는데 '아 나 지금 공익근무 중이야' 그럴 때도 아 다들 군대를 가긴 가는구나 했지만 이렇게 친했던 두 분이 들어가신다니까 뭔가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이다.  특히 요즘 프린스턴 선배들 만나도 다들 '아 요즘 뭐하세요?' '아 공익이야' '졸업하고 나서 계획은 어떠신가요?' '아 군대가야지' '졸업하고 나서 요즘 무슨 일 하셨어요?' '응 군대에 있었어'하는 패턴이 많아서 완전 실감나고 있다.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하는구나.  복무 중이신 여러분 정말 수고하세요.  조국에 봉사하고 건강하게 잘 돌아오세요.

아 근데 아직도 헷갈린다.  대학 선배들은 선배라고 불러야해 오빠라고 불러야해?  선배들은 다 웃으면서 편할데로 불러- 하시는데 학교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쉽게 오빠오빠해도 왠지 학교가 같은, 깃수나 학번이 분명한 선배들은 선배선배 불러야 할 거 같다.  아 특히 고등학교-대학교 선배님들은 더더더더더더욱.  오늘 한 선배가 '군대갔다오면 어차피 내가 후배야, 오빠라고 불러'하셨는데 도무지 그 말이 안 떼져서 그냥 네네하고 말았다.  윽 헷갈려 :(

by 심바 | 2008/06/14 02:15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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